시(詩)/시(詩)
김임순 - 접시꽃 피더라
누렁이 황소
2023. 6. 7. 09:06
고향집 담벼락에 접시꽃이 피었다
오가는 사람들 눈길 붉게 물들이며
대문 앞 횡대로 서서 빈집을 지킨다
유월 장마 비바람에 접시꽃이 지겠다
보도 위 꺾인 꽃대 쓰러진 등걸에
앞다퉈 피워낸 봄날 허물로 벗어둔 채
낫으로 베이고도 봄이면 되살아나지
만개 소식 전해 듣고 그윽이 눈 감는다
마음 안 등불 켜 든 밤이면 접시꽃이 피더라
(그림 : 장종순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