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현승 - 대부분 사람이고 가끔

누렁이 황소 2023. 5. 26. 09:37

 

대체로 더럽고 가끔 깨끗합니다.

인내심이 좋은 편이고

무던한 성격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견디다 못해 청소할 때가 있고

그때는 또 귀찮지 않고 즐겁습니다만

더러움을 평범함으로 이해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합니다.

타인의 더러움에도 마찬가지의 관대함을 가지려 합니다.

물론 견디기 힘든 정도라는 것도 있습니다.

인내심의 한계를 상상하면

왜 늘 빈 깡통 소리가 들리는 걸까요?

요란한 소리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요란한 소리를 내는 사람을 상상하면서

더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늘 상대적인 면이 있으니까요.

인간에 대해서라면 실망스럽다기보다는

실망하면서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비관합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즐겁고 싶습니다.

어두운 마음,

불 꺼진 마음에서 본성을 찾고 편안합니다.

어쩌다 명랑하고 주로 우울합니다.

주로 우울하지만 가끔 명랑합니다.

인간은 그런 존재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 : 하삼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