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박제영

박제영 - 엉겅퀴

누렁이 황소 2023. 5. 26. 09:33

 

텅 빈 숲 기슭에

엉겅퀴 홀로 지고 있다

 

지난 계절,

가시를 세우고 독을 품은 것도

제 설움을 가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보라,

보랏빛 한 설움이 지고 있다

 

한 생을 꼬박 앓고도

꽃으로 스미지 못 한 당신,

그리고 나

 

보라,

엉겅퀴 하얗게 지고 있다

(그림 : 손돈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