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진명 - 잡초야 잡초야 막걸리 한잔 받아라

누렁이 황소 2023. 5. 22. 14:43

 

잡초가 눈만 뜨면 한 뼘씩 커져 있다

불쑥 자랐어도 행색이 초라하다

그래도 지칠 줄 모르는 잡초의 넉살

잡초야, 너는 언제 한 번이라도 주인공이 되어 봤니

괜찮아 괜찮아 나도 맨날 구박덩어리야

 

잡초야 잡초야

막걸리 한 잔 받아라

너는 취하지도 않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이구나

떨어지는 공이 바닥을 쳐야 오르겠지

내가 지금 바닥이야

 

다음날 아침, 잡초가 막걸리 한잔에

불쑥 자랐어도 행색이 초라하다

그래도 지칠 줄 모르는 잡초의 끈기

너를 보며 내가 다시 일어선다

아무리 내 앞길을 막아도 봄날은 오겠지

 

잡초야 잡초야

막걸리 한 잔 받아라

고맙다 고맙다

너를 보며 내가 산다

(그림 : 김영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