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문인수

문인수 - 지게

누렁이 황소 2023. 4. 28. 15:05

 

  그가 또 쉰다

 

  푸른 담배연기가 그의 온 몸을 감고 허공 멀리

새 한 마리 사라져 간다 여기 까지 걸어온 길이

여러 굽이 아득하게 휘어지면서 먼 재너머에서 부터 

천천히 흩어지는 흰 비행운 한 가닥이

  그의 빈 배속으로 길게 빨려든다

 

  그가 다시 짐을 진다

  관자놀이 퍼렇게 불끈 일으키며 땅바닥에다가

무릎을 꺽어 세운다 뚜둑, 부러지는 비애

  혹은 추억 같은거.

 

  가는 곳까지는

  나 있는 길이

  아직은 길게 지게 밑으로 보인다  

(그림 : 김대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