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정석 - 우두망찰

누렁이 황소 2023. 4. 14. 01:11

 

눈빛을 멀리 보내도 돌아오지 않으면 봄날입니다

마음을 걸어 잠궈도 새어나가면 봄날입니다

 

하릴없이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간을 해도 국은 쓴맛입니다

 

자리를 뜨는 꽃을 보지 못하고 잠이 듭니다

덮치는 초록을 피하지 못하고 물들어 버립니다

 

이미 아는 것들은 다 알고 숲이 됩니다

작고 예쁜 열매가 잎새에 숨어 보고 있습니다

 

봄에는 바닥까지 닿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