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류흔 - 봉자

누렁이 황소 2023. 3. 31. 06:41

 

나무젓가락이

봉지를 뚫고 나왔을 때

봉자가 생각났다

 

봉자는 뾰족했다

나는 봉자에게 뻑하면 찔렸다

오십여년 전소꿉친구였던

봉자

 

반찬 투정하면 예의 맞았고

엄마에게 일러주면

다음날 또 맞았다

봉자가 주는 밥은 한입에 습

스읍 먹어야 한다

봉자를 거역하고는

골목에 나올 수 없었다

 

어느 날은 이삿집과 함께 트럭트럭

봉자가 멀어지고 나서

더는 맞을 일이 없어진 내가

 

엄마에게 대들기 시작했다

(그림 : 이혜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