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휼 - 여기 보세요

누렁이 황소 2023. 3. 29. 08:28

 

산 그늘 내려오는

숲길에 앉아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나무들 물 삼키는 소리

연둣빛 가쁜 숨소리에 가슴이 뛰는 계절

찔레꽃 꽃 진 자리에 그리움이 커가는데

그대는 잘 있는지요

봄 햇살 깊게 스미는 그곳에

몸빛 고운 영산홍 몸을 열어 보이고

성급한 낮달 머쓱하여 돌아앉는 해거름

먼 데서 흘러온 구름에 마음을 실어봅니다

지금 돌아갈 길에는 조용히 흘러내리는 노을

그리움은 얼마나 긴 목을 가졌는지

그대여, 물이 괸 곳에 물안개 피거든

끄지 못한 내 마음인 줄 아세요

(그림 : 장태묵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