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상미

김상미 - 공수래공수거

누렁이 황소 2023. 3. 25. 13:00

 

마음 내려놓고 싶다

해와 달 떠오르는 곳에

꽃 피고 꽃지는 곳에

바람에 우우우 창 흔들리는 곳에

사람과 사람 사이 환유하는 속삭임 속에

 

마음 내려놓고 싶다

흐르는 물 한 방울에도 집히는 중심 속에

두 갈래 길목에서 고개 드는 지혜속에

마주 오는 사람이 내뿜는 세월 속에

귀에 익은 노랫가락 첨예한 빗방울 속에

 

마음 내려놓고

이 세상 땅끝까지 태워버릴 것 같던

마음 내려놓고

 

퍼런 뒷짐이나 지고 싶다

공수래공수거

팔자걸음으로

천하에 배은망덕 팔자걸음으로

(그림 : 차수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