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전병석 - 다도해

누렁이 황소 2023. 1. 22. 07:10

 

외로운 사람이 바닷가에 서서

수평선을 향해 외로움을 던지면

수평선을 넘지 못한 외로움은

솟아올라 섬이 된다

작은 외로움은 작은 섬으로

더 큰 외로움은 더 큰 섬으로

저 많은 다도해의 섬은 외로운

사람이 던진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모르거나

외로움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섬과 섬 사이에 다리를 놓지만

외로움을 알거나

외로움을 사랑하는 사람은

섬과 섬 사이에 외로움을 놓는다

눈물은 눈물로 위로하듯이

외로움은 외로움만으로 건널 수 있다

다시는 건널 외로움이 없을 때

비로소 외로움은 수평선을 넘어간다

보라, 저 많은 다도해의

외로운 사람이 던진 외로움을

(그림 : 김정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