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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명 - 사랑의 힘

누렁이 황소 2022. 12. 29. 08:17

 

지나온 한 해가 거울 속에 묻혀 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내 얼굴,

사랑을 기대한다

있는 그대로 없는 그대로

곧이곧대로 보여주는 힘인 사랑을 기대한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내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그때마다 더 깊게 파이고

새로운 날 숨가쁘게 기다리게 했으니

이제 기쁨과 슬픔 함께 버무려

거울 속 침묵의 창고에 간직하련다

가거라, 모든 망령이여

먼 뒷날 비록 다시 모습을 드러내

거울 속에서 절규할지라도

있는 그대로 없는 그대로

곧이곧대로의 사랑의 힘으로

이 땅에 옳음과 그름을 살피기 위하여

곧이곧대로의 사랑의 힘님께

길을 비켜라

헌날을 데리고 서산을 넘어가

멀리멀리 사라져가거라.

있는 것을 있게 하고 없는 것을 없게 하는

사랑을 위하여

(그림 : 김종훈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