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최지온 - 월요일

누렁이 황소 2022. 12. 9. 18:52

 

생각나는 건 별로 없었다

 

멈출 수 있었지만

멈추면 더 이상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고

 

아무도 멈추지 않아서

내가 영화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둔 극장에서는

모든 게 멈춰있는 것 같아서

 

머리를 옆으로 기울이고

어깨를 낮췄다

 

누군가의 얼굴과

나의 얼굴이

 

겹쳐있었다 심드렁해서 발을 꼬고

무릎을 맞댄 것처럼 영화는 흘러갔는데

 

월요일이었다 뚫어지게 쳐다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몸이 무거워도 영화가 영화를 끝낼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어깨를 낮춰도 상관없었다

 

그래도 볼 건 다 봤으니까

영화가 영화를 이끌고 가는 중이었다

(그림 : 원은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