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강우식 - 우동

누렁이 황소 2022. 10. 12. 12:37

우동 한 가닥 입에 물자

잠들었던 모든 슬픔이 딸려온다.

길게 가을이 젖는다.

 

휴게소 창밖에는

한 그릇을 다 비워도 그대로인

면발 같은 비.

 

돈은 귀신도 부려서일까.

값싸고 천해 보이는

막장인생 변한 게 없다.

 

이 비 그치면

어차피 등 돌릴 그대와 나

단풍의 화려한 조락.

 

무심하게

둘둘말아 올린 면발처럼

차오르는 슬픔도 끊어버린다.

 

천지에 낙엽소리로

비 내리며 가을을 울리니

가난한 귀로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