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황용순 - 별들이 지는 계절
누렁이 황소
2022. 9. 24. 18:37
붉게 빛나던 별들이
재가 되어 지상에 내릴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들 속에
사라져가는 세계들
바스락거리는 소리들 속에는
소리도 나지 않던 연두의 세계와
숱한 바람들과 정을 통하던 푸른 세계와
타오를 수밖에 없던 세계들 그 시뻘건
이야기들이 아주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귀를 기울이며
내 안에서도 별이 지는 소리
이야기들이 사라지는 소리
네가 머물던 자리들마디 별들의 우는 소리
그러니까 별들은 바스락거리며 운다
별들이 지는 계절
나를 따라온 너라는 볕에 스치우며
내게 남아있는 지상의 시간을 그려본다
(그림 : 한임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