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영- 약속

누렁이 황소 2022. 9. 22. 22:53

 

우리들은 만나면  

그렇게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다음에 만나 밥 한 번 먹자고 

 

그렇게 먹을 밥이 첩첩 몇 첩인지 

이번 생에서 다 먹기나 하려나 

 

그전 생에서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되었을까 

물레방앗간에서 했던 약속이  

물 따라 흘러갔으면  

밀보리밭 약속은  

바람 따라 흘러갔다는 

 

우물 안 두레박 던져 놓고 

약속 하나 띄워줄 이 나타나지 않아 

우물보다 깊은 약속은 메아리로만 살았다는 

 

마주 보며 오던 이와 손을 스친다 

메아리는 스침의 전생

(그림 : 도금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