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문상금 - 국수나 먹자

누렁이 황소 2022. 9. 22. 17:27

 

밤거리에서
우연히 만나거들랑
국수나 먹자

허름한 불빛 어두운 국숫집에서
뜨거운 국물 후후 들이켜며
국수나 먹자 

고춧가루와 파의 매운맛에
눈물 콧물이 나거들랑

너도 참 외로웠구나
실은 나도 오늘 무척 외로웠단다

말없이 웃어주며
국수나 먹자

이 세상은 잔잔한 것 같아도
세찬 파도들이 몰려와

느닷없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또 흔들릴 때도 있어

간혹 밤거리를 배회하다
우연히 만나거들랑

참 장하구나
어깨 두드려주며

따뜻하고 진한 국물에
불 같은 마음 전하고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에
돌 같은 단단한 마음 전하며

국수나 먹자
국수나 먹자

(그림 : 허영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