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류근

류근 - 겨울비 대흥사

누렁이 황소 2022. 8. 29. 15:19

 

겨울 대흥사에 갔습니다

작년의 겨울나무, 재작년의 겨울나무, 가만히 아무것도 아닌 나무들이

비탈에 기대어 흐려진 내 이마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빗소리 까마득히 고요해서 당신 이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작부 하나 깨어서, 저녁 연기 푸르른 마을로 가 살림 나고 싶었습니다

땅끝은 아직 먼 길이었으나

동백꽃 이른 봉오리마다 짐짓 새 전생이 지펴지고 있었습니다

(그림 : 김한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