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고재종

고재종 - 땅의 아들

누렁이 황소 2022. 8. 25. 20:06

 

아버지는 죽어서도 쟁기질 하리
죽어서도 살점 같은 땅을 갈아 모를 내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물 걱정 하리
죽어서도 가물에 타는 벼 한 포기에 애타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낫질을 하리
죽어서도 나락깍지 무게에 오져 하리 
 
아버지는 죽어서도 밥을 지으리
죽어서도 피 묻은 쌀밥 고봉 먹으리 
 
그러나 아버지는 죽지 않으리
죽어서도 가난과 걱정과 눈물의 일생
땅과 노동과 쌀밥으로 살아 있으리

(그림 : 이원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