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임형빈 - 당신의 이야기

누렁이 황소 2022. 8. 23. 10:33

 

오늘 너에게로 들어가는 모든 문을 열어 놓는다

 

깊은 어둠을 더듬으며

한 뭉치의 적막을 짤랑거린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서 나다

추억의 관절 어디에도 없는 꿈들을 벗어 놓아야 한다

 

내 기억은

아침이 오기 전에는 치유될 수 없다는데

밤은 의문스런 별들을 지상에 던진다

 

길도

시간의 촉수를 세우며 느리게 걸어간다

 

강마저 지상의 뿌리를 찾아 흘러와서는

절름거리며 당신의 이야기로 깊어진다

 

사람이 가지 않는 곳마다

길은 돋아나고

나는 언제쯤 길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한 뭉치의 적막을 길 끝에 걸어놓고

너라는

길을 찾아, 나는 들어갈 수 없다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