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향란 - 나는 아직 돌아오질 않았네

누렁이 황소 2022. 7. 29. 16:55

 

이젠 돌려 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 돌아가겠다고 해야 하

 

나는 아직 내게 돌아오지 않았네

 

빛은 빛에게 그늘은 그늘에게 시간은 시간에게 돌아가

다시 빛나고 푸르고 소란스럽게 째깍이는데

나는 차마 묻지 못하겠네

 

왜 내가 돌아오지 않는지

왜 돌아갈 수 없는지

 

가끔의 너는 나를 구름 속 깊숙이 묻어 놓았다가

어느 날 문득

맑게 씻긴 말들을 건네며 나를 꺼내네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는 오래된 카페의 창가에 앉아 나를 기다리네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거나

음악도 없이 고개를 까닥이며

기다려도 오지 않는 나를 기다리네

 

초인종만 울리고

너라는 모퉁이에 잽싸게 숨어 버리는 나를

(그림 : 신제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