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제천 - 고주랑 망태랑

누렁이 황소 2022. 7. 24. 18:38

 

왜 이리 술맛이 좋은가

 

얼어붙은 겨울저녁, 저 혼자 돌이 된 사내,

그 사내 깨워서 술친구 만들어

주거니 받거니 잔술을 마시는 밤

 

왜 이리 술맛이 화끈한가

 

눈 내리는 겨울 하늘, 저 혼자 눈이 된 여자,

그 여자 불러서 눈 사람 만들고

너 한 잔 나 한 잔 병술을 마시는 밤

 

왜 이리 술맛이 푸근한가

 

하늘이불 둘러쓰고 내 안에 삭히는 누룩,

고주야 망태야 술친구 삼아서

별과 달 모두가 권주가 부르는 밤

 

왜 이리 감칠맛 나나

 

알음알이 다 버리니 나조차 내 이름 몰라

장자야 설두야 바둑아 호랑아

술태백 되어서 딴세상 만드는 밤

 

왜 이리 술맛이 나나

(그림 : 장용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