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명란 - 목화

누렁이 황소 2022. 7. 23. 20:36

 

꽃 진 자리 

상처로 남은 꼬투리가

하얗게 부풀어 올라

마른 대궁 위에 소복이

눈빛으로 피었구나

 

엄마의 사랑이 마중 나오는

마을 어귀

순백의 언어들이 돋아나듯

흔들리며 반겨 주는 

포근한 손짓

 

한 번도 어려운데

두 번씩 꽃피우는 너를 보며

세월을 호미질하다 지친

엄마의 하이얀 흔적을 살핀다

 

가슴 한켠이 아득하다

(그림 : 문미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