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태정 - 하행선

누렁이 황소 2022. 7. 12. 15:04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춥고 배고픈 밤일수록 열차는 더디 오고

 

  더러는 바람 부는 길모퉁이

  생업의 풀뿌리로 떨고 있거나

  더러는 눈도 비도 되지 못한

  이 겨울의 진눈깨비로 날릴지라도

 

  약속된 불빛을 기다리며

  묵묵히 철로 위의 침묵을 견디어낼 때

  잃어버린 집결지를 찾아들듯

  녹슨 포복으로 열차는 오고

  그 나지막한 흔들림과 흔들림 사이

  삶은 또한 서둘러 슬픔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지우라 하네

 

  기다림의 끝은 무엇이어야 하나

  열차에 발을 올려놓으며

  잊지 않았다는 듯 뒤돌아보는

   (그림 : 김지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