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해인

이해인- 고백

누렁이 황소 2022. 7. 10. 17:15

 

칭찬과 위로를 받을 적엔 너무 기뻐

위로 위로 잎사귀를 흔드는

노래의 나무였다가

​오해와 미움을 받을 적엔 너무 슬퍼

울지도 못하고 아래로 아래로

고독을 삼키는 침묵의 나무였다가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뿌리가 깊어진 걸 보고 깜짝 놀랐지

둘레가 넓어진 걸 보고 행복하였지

​사랑의 비밀은 기쁨보다는 슬픔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고

푸른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았지

(그림 : 하삼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