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심순덕 - 메밀꽃 필 무렵

누렁이 황소 2022. 7. 9. 17:36

 

메밀꽃 지천으로

흩뿌려논 봉평

엄마의 고향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목놓아 섧게 울고 싶던 곳

어머니 몸속에서

내가 나왔고

나의 껍질인 엄마의 고향

그러기에 자주 찾고픈

또 하나의 고향

삶이 서럽고 야속할 때면

봉평 입구부터

메밀꽃 아늑히

양탄자 삼아 쉬고 싶어라

앞 밭에 냉이꽃이

만개하였을 때

메밀꽃인 양 착각하여

슬프게 웃으며

찍었던 한 장의 사진

하- 서러워

올려다본 하늘에

먹다 만 빵 조각처럼

귀퉁이 잘려 나간

일그러진 하얀 달

메밀꽃 무늬의

고무줄 치마 속에

어머니 한 풀어놓은 채

내 괴롬마저도

얹고픈 마음으로

내 마음

냇가에 절절히 풀면

바다처럼

파랗게 흘러갈 것만 같은데

어머니 그리운 맘

흙에 내리면

하얗게 지새워

메밀꽃 될까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이 삶에서

모든 것 접어둔 채

메밀꽃 한아름 안고

거저

그리움 하나만

알게 하소서

거저

그리움 하나만......

(그림 : 박준은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