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허이서 - 욕 한 마리

누렁이 황소 2022. 7. 7. 10:28

 

내 안엔 욕 한 마리가 산다

어린 강아지처럼 귀엽던 그 녀석

내 나이만큼 자라서는

언제 물어뜯을지 모를 사나운 짐승이 되었다

 

조용히 잠자는 듯하다가

누구라도 침범하면

으르렁 컹컹 짖어댄다

버릴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도

여전히 녀석을 데리고 산다

 

내가 힘들 때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나를 핥아주는 욕 한 마리

위험에 닥쳤을 때만 짖으라고

오늘 나는 그 녀석을 길들이고 있다

(그림 : 고윤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