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미연 - 새벽 두 시의 서재
누렁이 황소
2022. 7. 6. 16:19
칸칸이 꽂힌 저 정적,
책상에, 연필꽂이에, 빈 의자에 정적이 앉아있다
한낮에 책장을 넘기던 소리도
찻물을 끓이던 주전자도 고요하다
새벽이 침묵을 물고 활개를 치며 거닐고 있다
잊혔던 실핏줄에 혈액이 돌고
시간은 어둠의 뼈를 타고 흐른다
벽과 벽 사이 실금이 가던 소리도 잠잠하고
꽃병에 갇힌 꽃의 숨소리도 멈췄다
의자에 기대어 고뇌하던 시간도 바닥에 엎드렸는데
서재는 익숙한 손님인 듯 침묵을 껴안고
금요일은 반쯤 지워졌다
벗어둔 낮의 껍질을 옷걸이가 붙잡고 있다
(그림 : 한휘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