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수정 - 낙산(駱山)

누렁이 황소 2022. 7. 2. 20:28

 

혜화동성당 십자가를 뒤로 하고

좁은 골목길을 오른다.

 

낮은 집들은 벌써 어둑하고

저녁볕은 계단 끝으로 몰려간다.

 

성곽의 거무스름해진 돌들이

새로 쌓은 돌을 묵묵히 받치고 있다.

 

맨몸으로 돌덩이를 져 나른 사람들을 생각한다.

앞서가는 노인은 석양빛도 무거운지 등이 굽었다.

 

돌 틈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고

새 떼가 고요를 털고 날아오른다.

 

낙산길 가파른 담벼락을 따라

풍화되지 않는 긴 그림자가 내려온다.

낙산(駱山) : 서울특별시 종로구·동대문구·성북구에 걸쳐 있는 산.

산의 모양이 낙타의 등과 같아 낙타산 또는 낙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양도성의 동산(東山)에 해당하여 서쪽의 인왕산(仁旺山)에 대치되는 산이다.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

(그림 : 임진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