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설야 - 겨울의 감정

누렁이 황소 2022. 6. 29. 21:04

 

당신이 오기로 한 골목마다

폭설로 길이 막혔다

딱 한번 당신에게

반짝이는 눈의 영혼을 주고 싶었다

가슴 찔리는 얼음의 영혼도 함께 주고 싶었다

그 얼음의 뾰족한 끝으로 내가 먼저 찔리고 싶었다

눈물도 얼어버리게 할 수 있는

웃음도 얼어버리게 할 수 있는

겨울이라는 감정

당신이라는 기묘한 감정

눈이 내린다

당신의 눈 속으로

눈이 내리다 사라진다

당신 속으로 들어간 눈

그 눈을 사랑했다

한때 열렬히

사랑하다 부서져 흰 가루가 될 때까지

당신 속의 나를 사랑했다

그러나 오늘 다시 첫눈이 내리고

눈처럼 사라진

당신의 심장

내 속에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림 : 남택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