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산하 - 가장 먼 길

누렁이 황소 2022. 6. 29. 21:01

 

숟가락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 같고

젓가락은 마주 보는

두 개의 백척간두 같다.

숟가락이 밥 속으로

수직으로 푹 찔러 들어가

바닥을 긁고 나면

비로소 젓가락은 수평을 이룬다

눈물이

백척간두에서 한 발 내디딘다.

나는 흩어진 밥알처럼

바닥에 바싹 붙은 채

숟가락과 밥그릇 사이가

가장 먼 길임을 깨닫는다.

(그림 : 이인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