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용환 - 목련 그늘
누렁이 황소
2022. 6. 9. 14:31
천지간에 하얀 꽃빛으로 놀러와
까맣게 저무는 것들을 탓하지 말라
목련 꽃잎 까무룩 흩어지면서
뜨락을 지을 때
어린 너에게는 천만년의 목소리로
놀자고 같이 놀아달라고,
다 늙은 너에게는
천지간에 새끼를 치는 뻐꾸기처럼
피붙이를 부르는 호곡(好哭)일 테니,
저 하얀 꽃잎은 절명하는 게 아니다
귀를 대이면 강물이 치고
뒤란을 떠메고 갈 듯 우짖던 참새 떼며
소나기 치던 마을을
오래오래 밝혔던 등불이었으니
하늘 닮은 눈동자들을 피워 올렸다가
저무는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첫울음으로 지는 때에
거기 적막이 더해져야
다시 눈부신 초록을 얻는 거다
푸르러지는 뒷동산에
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 한부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