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채민 - 발

누렁이 황소 2022. 6. 6. 22:58

 

넘어지고 무너질 때마다

신발을 버렸다

 

폐차장을 지나고

말의 하수구를 지나며

 

외딴섬이 되어버린 발

 

새의 발자국이 옆구리에서 폴짝일 때

개밥풀처럼 들썩이는 발

 

줄줄이 새끼를 풀어내는 줄장미 입술에

슬며시 닿고 싶은 발

 

이제

녹슨 풍경은 털어낼 수 있을까

 

떠나고 싶은 발은 어디로 보내야하나

 

저들과 늘 한 통속 이었던 나는 괜찮을까

 

아픈 발에서

더 아픈 발이 자꾸 자라난다

(그림 : 윤위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