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수서 - 거짓말

누렁이 황소 2022. 5. 30. 11:02

 

분명 사천 짜장을 시켰는데 칠천 원이다

때 지난 점심, 냉장고 벽 위 매미처럼 붙어 있는

찌라시를 바라보며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것인데

맵다 여러 말할 것 없이 그냥 맵다

숯가마에 든 것처럼 땀이 흐르고

안경을 들썩거리고

머리를 벅벅 긁고

배롱나무처럼 온몸이 간질거리고

입을 닭똥집 모양으로 해서 소심하게 후루룩 먹는 것인데

그래도 자꾸만 사천 짜장이 왜 칠천 원인지 궁금한 것인데

사천이 면 값이고 삼천이 매운 값인가

사천이 매운 값이고 삼천이 면 값인가

왜 세상은 거짓말투성이인지 궁금한 것인데

(그림 : 변응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