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형덕 - 통영
누렁이 황소
2022. 5. 20. 18:50
지금 그곳엔
머뭇머뭇 철쭉이 피고 있겠지
명랑한 별들도
나를 등진 그 사람도
수선한 꽃밭으로 달려드는 파도도,
막걸리잔과 함께 우는 늙은 농부도,
바지락 영그는 개펄도,
비 온 뒤 몸 말리러 나온 뱀도,
갯비린내 나는 바닷가에 금빛으로 드러누운 노을도,
청량한 동피랑,
바람 부는 삼단 꽃 계단 위에
각별한 인연으로 사붓사붓 앉아있겠지.
털 부스스한 검둥개, 노랑개, 바둑개
바람개비 같은 도라지 잎 뜯으며
해바라기를 바라보고 컹컹 짖어대도,
가난이 총총한 집 툇돌 한 토막 위
오붓한 갓 신 한 켤레에 바다가 숨어
자락자락 밤 빗소리에 잘도 잠들어도,
춘수의 꽃으로 너를 불러도,
마지막 빈 배마저 바람의 언덕으로 떠나버려도,
맑은 서피랑,
후박나무 겨드랑이마다
꽃이삭들은 소복이 피고 있겠지.
(그림 : 신종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