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손은교 - 잔상(殘像)

누렁이 황소 2022. 5. 18. 21:34

 

흔들리며 작별하는

모든 것들은 눈물 꽃이 되는가

 

피는 꽃이 아름다우면

지는 꽃도 아름다운 것

 

우리네 꿈도 마냥 그랬지

 

자신의 영혼을 깨우친 어느 날

후회로 가냘픈 마른 입술은

어느덧 청솔가지 향내를 풍겼고

 

보였던 것들이

다시 보이지 않아

독주(毒酒)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는 날,

 

누가 부르지 않아도

출렁거리며 마주쳐 온 바람 앞에

이별은 당연하고 기꺼운 미래라 해도

낯선 시간 앞에 와 닿는 창문은

항상 유리알처럼 외로운 것

 

녹 쓴 기억의 내부에 갇혀

몹시도 춥도록 가라앉은

허물어진 시간은 어언 빈 꽃대궁

 

깨어진 꽃잎도

이따금 눈물 꽃이 되는가.

(그림 : 김종훈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