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신미균

신미균 - 팽나무

누렁이 황소 2022. 5. 17. 11:32

 

팽나무 속에는

귀가 있나봅니다

새터말 아주머니가

웃말 아저씨가

무속인 박씨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자질구레한 근심들을 털어놓으면

알았다는 듯

나뭇잎 몇 개를 떨어뜨려 줍니다

듣고도 못 들은 체

알고도 모르는 체

그렇게 몇 백 년

자기 얘기는 한번도 못하고

사람들의 근심에 귀기울이다보니

나뭇가지들이 많이도

구불구불해졌습니다

그 속내는

온몸이 쭈글쭈글해진

우리 증조 할머니가

아실 것 같습니다

(그림 : 백중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