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유하 - 별에서 하룻밤

누렁이 황소 2022. 5. 9. 16:47

 

파도에 부서지는 별빛 조각들, 불현듯
그리움이 따가워, 오늘은 저 별까지 사다리를 놓고
시인 랭보의 대웅좌 선술집을 찾았네
해당화의 여신이 취기의 꽃잎으로 나를 끌어올렸지

그녀는 지금 나를 떠났지만
함께 올려다보던 별빛의 선술집은 아직 그대로인 걸,
영혼은 상처의 어깨에 한 짐 피곤을 부리고
이 밤, 나 혼자 망가진 노래를 불러야 했지

무어라 말해야 좋을까 그녀의 모든 것에 대해
무수한 잔별처럼 소유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그냥 그대로인 그대,
무엇을 얻고 싶은 건 아니었네
다만 그녀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이 감염되고 싶은.......
그래, 그녀의 전부를 앓고 싶었어

이젠 저 별들은 나의 욕구일 뿐
그녀의 속삭임은 썰물처럼 가버렸지
할 말은 소라 귀만큼 많지만
별빛이 기다려 주질 않아,
별의 주막에서 하룻밤
취기는 먼동이 터 오고, 난 잊은 우산처럼
그녀의 맨 마지막 눈빛을 그곳에 두고 가네

(그림 : 백중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