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신미균

신미균 - 오래된 의자

누렁이 황소 2022. 5. 1. 17:43

 

생각이 삐그덕 움직이자

쇠못 하나가 겨드랑이에서

쑥 빠져나옵니다

망치로

빠져나온 쇠못을 박아 넣자

등받이가 왼쪽으로

기울어 버립니다

 

어렸을 때 동생과 그 위에서

마구 뛰고 싸우고 던지고

온갖 까탈을 부려도

묵묵히 다 받아준 의자

언제고 필요하면

아무 생각없이 털썩 앉곤 했는데

 

기울어진 의자를 바라보니

어깨가 시큰거리며 

풍 맞아 기우뚱해진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오래 됐다고 망치로 이리저리 내리치다

안 되면 버리려고 하다니

 

이번엔 아무리 돈이 들어도

의자를 제대로 

고쳐야겠습니다

(그림 : 임은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