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위훈 - 멜젓
누렁이 황소
2022. 4. 30. 19:27
보리누름께
자박자박 은빛물결을 털며 멸치 떼 온다
구멍 난 그물에 바늘코 먹이며
귀밑머리 센 것도 두번째 꽃이 폈다는 그녀
멜젓, 그 쿰쿰함에 매운 세월 한 움큼 더해 삭힌다
출어 때마다 고단인 멸치잡이배 타면서
무진장 바다 텃밭이 좋다던 사내
파도에 휩쓸려 가뭇없던 몇 해
자투리 옷감 같은 미련 섭 따듯 떼어내니
통증도 삭는지 멜젓처럼 간간해졌다
이녁 더는 울지 않으려
동백, 붉은 추파에 빗장 걸고 술배소리 들였다
하품 섞인 새벽을 터니
시나브로 꽁무니 뺀 가난의 그림자
젓갈냄새 밴 몸빼 추스르며
박제된 낮달
풍덩, 젓동에 넣어 버무릴 때
썰물 한 자락 여자만 모퉁이 돌아나간다
술배소리 : 멸치를 배에 퍼 담는 작업을 하며 부르는 소리
(그림 : 박옥남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