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명인
김명인 - 투화(投花)
누렁이 황소
2022. 4. 29. 17:28
키 큰 접시꽃 화염도 제각각이지만
골똘한 생각이나 매달고 빗속에 나앉은 저 얼굴들은
추렴해서 기울인 낮술인 듯 서로가 얼큰하다
꽃들은 아주 낯선 곳에 이른 듯 올해도 어리둥절하고
시절 또한 내남없이 수선스럽지만
피었다 이우는 게 꽃날이니
올해의 꽃불 볼품없다 해도 어둡지 않다
불은 꺼뜨렸으나 불씨 마뜩해서
마당에 그 꽃 폈다는 소식 전하려다
문득 배낭을 메고 현관에 서서야 행선지를 말하던
네가 생각나서 그만둔다
구름 덮치며 햇살 가듯
꽃들은 제 흥망 견디면서 시드는 것
이 봄에 더 많은 결심들이 던져지고 깨어지리라
(그림 : 장태묵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