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창환 - 꽃을 보며

누렁이 황소 2022. 4. 26. 11:29

 

아름답고 아련한 것이 꽃 속에 있다

아득한 별빛과 새 날아간 하늘길과

봄 아지랑이 너머에 흔들리는 희미한 빛

오로라 자국 같은 것, 키스 자국 같은 것

멀어져 가는 사람이 남긴 체온 같은 것

바라보는 사람의 따스한 어깨 같은 것

젖은 숨소리와 밤바다의 파도 소리와

목숨 받은 존재들이 지닌 기쁨과 상처들이

모두 다 꽃 속에 스며 있어

그대를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껴안아 준다

꽃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 날

역병 번진 세상에서도 희망을 본다

(그림 : 조안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