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소유 - 오래전 얼굴
누렁이 황소
2022. 4. 9. 20:00
친구들 모여앉아 밥 먹다가
우리 모두 엄마가 없네, 하는 말에 들고 있던 숟가락 가만히 내려놓는다
엄마 노릇 하느라고
엄마는 잊은 줄 알았는데, 한 친구는 그렇게 싫었던 엄마 말투가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와 깜짝 놀랐단다
또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친구는
네 엄마 목소리하고 똑같구나, 하는 친척 말에 하루에도 몇번씩 자기 이름을 불러준다고 했다
따뜻한 밥을 배불리 먹이듯 처음부터 못 들은 말 실컷 해준다고 했다
엄마 없이도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속으로
때로는 건너뛰고
때로는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텐데
친구들 모여앉아 밥 먹을 때마다
친구들은 어디 가고 없고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엄마들 다 모여앉아 있다
(그림 : 이윤빈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