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영은 - 목단

누렁이 황소 2022. 4. 8. 19:15

 

먼지 내린 옛집 뒷마루 앉아

겨울 햇살 비스듬히 메주콩을 가려낸다

보리밥 삶는 냄새

대나무 바구니 기둥에 걸린다

잔치상 한가운데 누구도 손대지 않는

맑고 가난한 동치미 한 그릇

엄마는 꽃이 되었을까

고사리 같은 그리움 지문으로 찍힌다

옛 마당 뜰

여느 해처럼 목단꽃 피어

엄마 냄새 맡는 오후가 지고 있다

(그림 : 김영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