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황흠 - 바닥을 마주친다는 것

누렁이 황소 2022. 4. 6. 21:17

 

길바닥과 발바닥이

서로 사정없이 치고

미련 없이 뗀다

 

연거푸 치고 떼며

더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치고받는 바닥

끝까지 마주치는 일은 죽어서야 끝나는 일

 

날마다 부대끼며 살아도 막상 보면

허깨비 보듯 살아온 것 같아

 

돌아보면 마주치고 온

길바닥이 텅 비었다

 

누구를 바라보는 여물진 마음 가져보진 못한

내 발도 가는 길도

저마다 바닥이 있다

(그림 : 신재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