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장희한 - 나팔꽃

누렁이 황소 2022. 4. 4. 21:57

 

허공에 집을 짓기란 쉽지 않았다

한 발 한 발 허공을 향해 걷는 발걸음

뿌리는 박질 흙밭에 두고

허공을 향해 뻗은 손은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하늘을 이불 삼아 자는 잠

별은 왜 그리 총총한지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

 

혹여 허공에 삭정이라도 잡히면

마디마디 감아올린 손 분홍색 꽃이 피면

뚜 우 뚜 우 나팔을 불어 보겠네

(그림 : 박운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