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박상천

박상천 - 물이 빠지면서

누렁이 황소 2022. 4. 2. 20:42

 

말라버린 잎새들은

푸르렀던 시절,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잎맥을 

선명히 드러낸다.

잘 보이지 않던 잎맥을 드러내며

말라가는 나뭇잎.

 

물이 빠지는 개펄도 마찬가지다.

간조가 되면,

물이 드나들던 물길이

선명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물이 차 있을 땐 보이지 않던,

갯골을 선명히 드러내며

누워있는 개펄.

 

누구나 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를 지탱해왔던 것이 무엇인지,

그가 숨기고 있었거나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드러나는 법이다.

(그림 : 이금파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