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해람 - 어이
누렁이 황소
2022. 4. 2. 17:53
어이, 당신 비틀거리고 있군
어릴때 호기심으로 신어 보았던 아버지 구두를 신고 있군
수염의 나이를 지나면서도
발이 넘치는 구두를 아직 만나지 못했군
웅크린 구석으로 늙어 가는군
희끗한 머리카락 속에
회오리를 갖고있군
헛돌고 있군
찾아보면 날아가려는 곳은 반드시 몸 어딘가에 있지
나도 모르게 비틀거린 낭비가 많아
딱 따고 비우고 싶은 이름 하나 있지
인사불성의 취한 끝에
집 하나 두고 있지
술 취한 짐승 하나를 기다리는 밤늦은 가족들이 있지
어이, 리듬을 갖고 있군
미끄러운 발밑을 가지고 있군
세상의 말도 못하고 세상의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군
아버지 구두를 여전히 못 벗고 있군
기억나는 구두의 장식이 많군
어이, 묘지로 가려는 택시는 없어 그러니까
조금 더 휘청거리라구
저 웅크린 구석들이 모두 일어설 때까지
(그림 : 모미화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