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유종인 - 담쟁이

누렁이 황소 2022. 4. 2. 07:56

 

벽(壁)이라고 막아서면 문이라도 내겠다고

손 푸른 도편수가 샅샅이 살펴 더듬듯

어딘가 숨었을 거야 숨통 트일 그런 곳이

 

천둥에 떨던 날림집 한 땀 한 땀 감침질하듯

버성긴 그물코를 이리 꿰고 저리 매듭져

푸르게 손잡아 주며 상록의 집 재우치듯

 

벽이라는 그늘진 말 가만가만 매만져서

바람이 불어오면 푸르게 담 넘겨주며

등 돌린 벽돌 다독여 연리지(連理枝)로 감싸듯

(그림 : 이미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