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동덕 - 빨래

누렁이 황소 2022. 3. 30. 14:52

 

물빛이 나를 향해 플래시를 비추네

내안에 자라는 어둠을 향해

나는 살포시 주저 않고

 

바람이 내 머리위로 비를 몰고 오네

냇가에 던져놓은 빨랫감처럼 쓸려갈 것 같았네

그렇지만 나는 돌부리에 걸려 꼼짝 못하네

 

골짝에는 짙은 침묵이 조용히 내려앉고

 

이름 모를 어떤 새가 성가를 부르네

바위에 걸터앉아 그 소리 곰곰 씹어보네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지네

 

더러워진 옷을 비벼 빨 듯

잔잔한 선율이 파문을 일으킬 때

고개를 숙이고 속울음 우네

 

눈물은 한동안 그치지 않네

 

얼마나 지났을까

저린 다리 주무르며 일어나는 가볍고 환한 얼굴

(그림 : 김대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