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류병구 - 어머니와 박첨지

누렁이 황소 2022. 3. 30. 14:47

 

깜짝 놀랐다

박첨지를 아시다니...

 

손주가 막 일어서기를 할 때

어머니는 손주의 가녀린 양팔을 올렸다 내렸다,

꼭두각시 시늉을 하며

연신 '박첨지'를 불렀다

 

아이가 까르르 웃었다

 

걸음마를 시키면서

처녀 적 구경한 남사당 덜미가

불쑥 생각나셨나보다

 

자식은 알 수 없던

당신만의 옛날이

칠흑 속에 하얗게 묻어있었다

 

어디선가

문득

흥겨운 날라리 소리가 들려온다

 

마음 곁에 여실한 분,

내훗달 초나흘

여흥민씨의 휘일(諱日)이다

박첨지 : 민속 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의 주인공. 민족항일기에 거의 명맥이 끊어졌다가 형식이 조금 바뀌어 전승되고 있다.

덜미 : 꼭두각시놀음.

휘일(諱日) : 조상이 돌아가신 날을 ‘기일(忌日)’ 또는 ‘휘일(諱日)’이라고도 한다. 기제사는 매년 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제사라고 하면 기제사를 가리킨다. 

(사진 : 박옥수님 블로그)